첫날, 빠방~
지난 1월,
원주에서 경주로 가는 기차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참을 아껴둔 경주 여행, 따뜻한 봄을 맞아 마침내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으로 스쳐 지나갔던 경주.
그리고 영화 신라의 달밤 속 웃음 가득한 장면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 기억을 다시 꺼내려 하니 밤새 설렘으로 뒤척였다.
호기롭게 기차표를 예매하고 원주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기차 종류가 두 가지. KTX와 ITX.
아침 여유를 즐기려 8시 무렵 ITX를 탔더니, 2시간 50분이나 걸렸다.
KTX라면 2시간이면 갈 길을. 다음엔 꼭 첫차를 타야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긴 여정도 좋았다.
찐친들과 도란도란 나누는 수다는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차창 밖으로 펼쳐진 여리여리한 연두빛 봄 풍경은 마음을 가득 채웠다.
아직 꽃잎을 머금은 벚꽃, 그리고 아픈 상처처럼 남은 산불 자국들...
기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봄날이었다.
봉양역, 제천역, 안동역을 지나...
마침내, 경주역에 도착했다.
한산한 역 안, 경주답게 기와를 얹은 지붕이 고즈넉했다.
역사의 도시, 경주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다.
기차 안에서 급하게 예약한 렌터카는
셔틀버스가 픽업해주어 쉽게 인수할 수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경주 여행, 출발이다!
바다를 품은 신비, 양남면 주상절리 🌊
첫 목적지는 경주시 양남면.
찐친이 강력 추천한 곳이라 50분을 달려 갔다.
점심은 주상절리 바로 근처,
"주상절리 밥집"에서 낙지볶음밥과 양푼이 동태탕을 맛봤다.
동태탕은 시원하고 칼칼했고,
낙지볶음밥은 매콤쫄깃해 입안 가득 봄기운이 퍼졌다.
아마도 지역주민들에게도 사랑받는 맛집인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더킹"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빵을 나눠 먹으며 잠시 숨을 돌렸다.
커다란 킹콩 조형물이 반겨주는 이 카페는 그 자체로도 볼거리였다.
그리고 드디어 주상절리길로 나섰다.
파도소리를 벗삼아 데크길을 걷는 동안,
멀리 주상절리 전망대가 눈에 들어왔다.
경주의 주상절리는 특별했다.
제주도의 그것과 달리, 다각형의 돌기둥이 비스듬히 누워있어
마치 커다란 꽃밭 같기도,
누운 물고기떼 같기도 했다.
자연이 수만 년에 걸쳐 빚어낸 신비 앞에
말없이 심호흡했다.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다, 문무대왕릉과 감은사터 🐉
바다 가까이 문무대왕릉도 들렀다.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이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고자 바다에 묻힌 곳.
왕의 시신을 화장해 동해에 뿌리고,
큰 바위에 장례를 치른 그 뜻은
천년의 시간을 넘어 깊은 울림을 준다.
이어 감은사터도 찾았다.
문무왕이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세운 절.
바닷바람을 맞으며 우뚝 선 3층 석탑 두 기는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채 웅장한 기운을 뿜어냈다.
역사 앞에 서니, 괜히 나 스스로 대견해졌다.
"놀러 왔다가 역사 공부까지 하다니!"
혼자 뿌듯해하며 웃었다. 😊
경주의 밤을 물들이다, 중앙시장과 대릉원 돌담길 🌙
해가 기울고, 경주 시내로 향했다.
목표는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
떡볶이, 닭강정, 꼬불고창볶음, 쌀국수...
시장 테이블에 둘러앉아 맛보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뜨겁고, 풍성하고, 행복했다.
배를 채운 후에는 대릉원 돌담길을 걸었다.
호젓한 골목을 상상했지만,
커다란 음식점과 차들로 돌담은 잘 보이지 않았고, ㅠ.ㅠ
작고 예쁜 상점들이 빼곡했다.
황남빵, 찰보리빵을 시식하고,
소품샵, 옷가게를 기웃거리며
지름신의 유혹에 실컷 빠졌다.
이 또한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환상의 밤, 동궁과 월지 ✨
마지막은 동궁과 월지.
수천 년 전,
이토록 아름다운 인공 정원을 만들었다니!
달빛과 조명이 어우러진 연못,
그 위에 반사된 대칭의 정자들.
너무 아름다워
감탄과 셔터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기와 지붕 아래로 반짝이는 별빛,
물결 위에 춤추는 빛의 조화.
경주의 밤은 그렇게,
마법 같은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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